올 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만큼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이 또 있을까. 두 사람의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허니문 여행에서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한 이들도 있을 텐데, 여기 그들을 위한 새로운 목적지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롬복이다. 발리와 인접하고 있지만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시자연이라면 아마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여느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번잡함과는다소 거리가 있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과거로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한다. 진짜 타임머신이 있다면 몇 백 년은 아니더라도 수십 년정도는 거슬러 올라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론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보장받을 수는 없지만 왠지 마음만은 편할 것 같다. 타임머신이 아니더라도 그런 곳이 실제 있다면 열 몇 시간의 여정과 에너지를 담보로 잡혀야 하는 건 아닐까.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이웃한 롬복에만 가도 우리가 상상해온 과거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휴양지 하면 으레 발리를 떠올리지만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에 오직 발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리와 가까이 자리하고 있지만 완전히 상반되는 문화와 분위기를 지닌 덕에 또 다른 나라를 찾은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깨끗하게 정비된 도로와 세련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일찌감치 다른 곳을 찾아보시길.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롬복이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강렬한 매력
하루가 다르게 번잡해지는 발리에 다소 실망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롬복에 호감을갖게 된다. 발리 섬의 동쪽, 국내선 비행기로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거리지만 롬복은 발리와 다른 점이 많다. 과장을 조금 보태 먼저 시골마을의 터미널 수준에 불과한 마타람 국제공항은 이곳을 처음 찾는 여행객들을 적잖이 당황케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왠지 더 정이 가고 친근함을 느끼는 게 롬복의 매력이아닐까 싶다.롬복은 약 230만명의 인구 중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농작물이 싱싱하게 자라나는 푸른 논이 지천이라 시선을 가로막는 게 하나도 없다.또 한 가지 여행객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건 거리를 활보하는 마차.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이 옹기종기 마차에 앉아 어디론가 가
는 걸 보니 진짜 이 동네에서는 자동차에 버금가는 교통수단인가 보다. 왠지 수십년 전의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근하기까지 하다.
■월레스 라인으로 인한 독특한 생태
발리와 롬복은 바로 이웃해 있지만 서로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들 섬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월레스 라인이 그어져 있기 때문. 윌레스 라인이란 포유류 분포를 토대로 지구를 6개로 분할한 지리생태학적 경계선이다. 바로 발리와 롬복 사이에 월레스 라인이 있어 두 섬은 가깝지만 다른 환경을 보이는 것. 발길을 옮기면국경을 넘은 것처럼 풍경도 사람도 모두 변해 버린다.흔히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이 1990년대라면 발리는 80년대, 그리고 발리옆에 있는 롬복은 70년대나 60년대쯤 된다고 말한다. 또한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인발리와 롬복은 회교도들이 주를 이룬다. 화려하게 장식한 힌두사원과 달리 회교사원은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롬복을 '제2 발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의 마음에는 제2 발리가 되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머무는동안 이 섬과 정이 들어서 그런지 5년, 10년 후에 찾아도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남길자신도 모르게 바라게 된다. <글ㆍ서태경 / 여행작가>
◆항공=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인천~싱가포르 간 약 5시간 30분
소요. 싱가포르~롬복은 2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